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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택배현장, 사방엔 ‘적’들만 [출처: 물류신문]

관리자 2022-02-03 조회수 272

끊이지 않는 민원 & 주차 딱지, 파업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생활물류서비스 대표주자 택배산업이 정치권의 중재와 노사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 여전히 현장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싸움으로 치면 1대 100의 국면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가 멀게 계속되는 소비자들의 택배관련 각종 민원은 이제 일선 배송기사들에겐 일상이다.

여기다 일선 택배영업소엔 일선 구청으로부터 매달 200만원에 가까운 주차위반 벌금고지서가 날아와 이들을 허탈케 한다. 이렇게 택배현장은 1개당 고작 2~3천원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고된 택배노동에 격려와 위로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온통 훼방꾼들 뿐이다. 

당장 택배파업으로 현장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또 다른 한편에선 아무도 파업 원인에 대한 논의나 원인을 찾지 않는다. 또 하루하루가 힘겨운 배송 택배기사들을 위로 하기는 커녕 택배사업자들과 근로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행정 편의주의도 끊이지 않는다. 소비자들 역시 근로자들을 비난하며 ‘내 상품만 잘 도착하면 된다’라는 식의 이중성을 그대로 표출한다. 이것이 2022년 새해가 밝아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생활물류서비스 현장의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는 택배서비스가 선보인지 30년을 맞는다. 이제라도 왜 1년에 수차례씩이나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지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 일상에서 건강한 택배서비스를 누리기 위한 근본 해법 찾기 고민을 해 봤다.     

고임금에 웬 파업? 대다수 배송기사 12시간 고강도 노동

대형 택배기업들뿐 아니라 대다수 택배회사들은 사회적 합의를 충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택배현장은 여전히 하루하루 고단함의 연속이다. 일부에선 “택배기사들의 경우 한 달 급여로 무려 오백만원 넘게 가져가면서 무슨 파업이냐”고 비난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생활물류현장 근로자들에게 가장 상처의 말이다.

5년 차 택배기사 이 모씨는 “실 수령액이 이 정도 수준인 택배기사들은 전체 6만 여 배송근로자들 중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며 “대다수 택배근로자들은 여전히 빡빡한 임금과 하루 12시간을 넘기는 고 강도의 힘겨운 노동을 견디고 이 덕분에 배송인력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겪는데 서울 도심의 택배현장은 택배상품 상하차 작업을 위해 택배차량을 주정차 해 놓으면 어디선가(?) 나타난 주정차 단속 공무원들이 매 시간 별로 주차 위반 딱지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끊는다. 이렇게 발부되는 주차위반 범칙금만 영업소 별로 월 2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택배영업소 대표는 “택배 배송을 위해선 대형 간선차량에서 당일 배송할 택배화물을 하차시켜 1톤 라스트 마일 배송차량으로 재 적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청 주차위반 직원들이 하루에도 2 ~ 3 장의 위반 딱지를 발부 한다”며 “이렇게 끊긴 주차위반 범칙금만 매월 2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주차위반 벌금이 자신들만의 상황은 아니다”라며 “택배서비스에 배송할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한편에선 하루 일당만큼의 주정차 범칙금을 부과하면 차량을 머리에 이고지고 하라는 건지, 택배업을 하지 말라는 건지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이중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내가 주문한 택배상품이 언제 오는지, 더 싸고 빠른 택배회사는 없는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잠시 갓길에 주차라도 하면 곧바로 주차 민원을 넣는가 하면 내 집 주변에선 택배차량을 주정차 하지도 말고, 상하차 작업도 하지 말라는 민원을 쏟아내는 이기적 태도를 보인다. 이 같은 행태는 현재 택배대란의 일부 원인에 불과하다. 

결국 산업계 전반에서 택배업을 대하는 의식이 ‘나만 편하면 돼’라는 자세야 말로 지금의 택배산업에서 노사,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갈수록 택배시장을 피폐하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소비자뿐 아니라 온라인 판매사업자, 정부관계자 모두 당장 파업에 따른 불편만을 토로할 뿐 ‘왜 택배현장이 파업 카드를 연일 꺼내 드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 이것이 반복되는 택배대란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관계자들의 자세다. 이들의 경우 민심이 주목할 땐 노사 간 중재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노력에 나서는 척 하지만, 대선을 앞두곤 방관자 입장으로 돌아서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택배현장이 '제일 잘 안다', 무슨 일 일어 나는지 부터 우선 점검해야 

그럼 국내 택배산업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잦은 파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걸까? 연간 40억 개의 택배상품이 배송되고, 일상에서 택배서비스는 없어서는 안 되는 산업이 되었음에도 택배산업의 경우 유독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 고객 등 자신들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논쟁을 거듭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결과나 현상만을 논의 테이블에 놓고 해법을 찾을 경우 지금의 택배대란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지적이다. 

이를 위해 현재 택배시장의 노사간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해결하려면 택배산업의 현장을 먼저 면밀히 점검하는 중립적 기구 구성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이번 파업의 경우 택배노조가 제기한 현장의 인력지원과 사회적 합의의 시행과정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만큼 기존 개당 170원의 가격인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택배요금 현실화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 

한국물류시스템연구원 조윤성 대표는 “택배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부터 나선 것이 문제”라며 “택배서비스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기업들이 겪는 애로점을 먼저 면밀히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택배근로자 황 모씨는 “고작 2~3km를 배송하는 배달비도 최소 3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에 이르는데, 전국으로 배송되는 택배화물 운임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여전히 2~3천원에 불과한 화물이 많다”며 “근본적인 요금 현실화를 이루고 택배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모호한 사회적 합의 문구, 보다 명확히 해야 추가 논란 없어

노사정이 함께 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이하,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합의된 사항에 모호한 문구 역시 현 파업에 불씨가 된 만큼 이를 개선할 방안도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오는 27일 시행될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처벌 조항의 모호함으로 인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택배산업 사회적 합의안 역시 보다 명확한 문구로 재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위험요소와 현재 택배시장의 문제점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은 배송기사들이다. 이들의 제기하는 문제를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이미 합의 당시 우려에도 불구, 노사정은 합의문 발표를 강행했다.

결국 지난해 초 합의 당시 1차 합의문과 6월에 2차에 걸쳐 내 놓은 모호한 합의 항목의 내용은 지금의 파업 단초를 제공했다. 특히 합의안 발표 당시 정치권과 노사 모두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합의안에 문제점을 경고했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라도 당시 합의한 세부 합의 항목을 보다 구체화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배 업계는 1차 합의문에서 택배화물에 대한 분류인력 투입과 택배근로자들의 노동시간 감축 원칙에 합의안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당시의 합의문에 노사 간 ‘노력 한다’고만 명시되어 있는 문구다. 이는 아무런 강제사항이 없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문구다. 따라서 당시 논의해 합의된 사회적합의 사항은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실행안과 이를 어겼을 때 받는 벌칙 없이 합의안 발표에만 급급해 발표되면서 우려했던 파업을 재 반복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12시간을 쉬지 않고 일할 순 없다. 때가 되면 끼니도 챙겨야 하고, 작업하며 쌓인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숨 돌릴 휴식이 절실하다. 하지만 택배현장은 여전히 이와 같은 숨 돌릴 틈 없는 고된 노동의 현장 개선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택배 현장으로 돌아가 이번 파업에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을 찾을 때며, 이들을 원망의 눈길로만 보지 말고 함께 현장을 고민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출처: 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3712